부모님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총 학생 수가 5인 수업과 20인 수업 중 어느 수업을 고르셔야 할까요?
만약 5인 수업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20인 수업보단 5인 수업에서 학생이 더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고 선생님도 더 학생들에게 "맞춰줄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수업이 그럼 어떻게 진행될까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A, B, C, D, E라는 다섯 명의 학생이 같이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A가 불현듯 떠오르는 질문이 있어서 선생님에게 질문을 합니다. (그게 소수 정예반의 매력(?)이니까요)하지만 선생님이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로 결정을 한순간부터 잠재적으로 B, C, D, E에게는 낭비되는 수업 시간이 발생하게 됩니다.
소수 정예반의 메리트가 "개개인의 필요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신다면, 역으로 생각했을 때는 강사가 다른 학생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동안 자녀분은 "뜨는 시간 ," 즉 쓸데없이 허비하는 시간이 생기는 거거든요.
5명의 학생들이 동일한 양으로 자유롭게 질문하고, 강사가 성심성의껏 그 질문들이나 각 학생의 약점 보완에 신경을 쓴다면, 그 수업은 실질적으로20%짜리 수업입니다. 이론상 최대 80%의 시간은 "뜨는 시간"이 돼버리겠죠.물론 토론식의 수업에는 소수 정예반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그건 참여하는 연습, 또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필요한 미들 스쿨 학생들이나 북클럽에나 어느 정도 해당되는 이야기고, "입시"에는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또한 예외적으로 공부할 의욕이 없는 학생들을 반강제적으로 끌고 나가면서 하는 수업을 원하시는 부모님들은 소수 수업을 원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앞으로 대학에서도 공부를 해나가야 하는 학생에게 자기주도적인 학습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뺏어가시는 꼴이 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는 대학에서도 무리 없이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인데, 근시안적으로 입학만을 목표로 찍어두시고 달려가시는 경우에, short-term으로 봤을 때 점수는 조금 오를 수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학생이 대학 가기 전 가장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되는 스킬이나 인내력, 의지력, 그리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묵살해버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입시 공부를 하는 데에도 토론식의 수업이 유리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입시에는 무지한 사람, 혹은 속이려는 의도가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입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라는 전제하에서 "20인 수업과 5인 수업이 나을까"라는 질문은 애초에 틀린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업 퀄리티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물어봐야 하는 질문은 "학생 수"가 아니라 전적으로 "강사의 능력"입니다.
일부 학원에서 학부모님들께 어필하는 "소수 정예반"은 학생 개개인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맞춤형 수업에 대한 필요를 절대 해소시켜드릴 수 없고, 설사 개개인의 그런 필요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뜨는 시간" 이 생기기 시작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받는다든지 하는 행동 또한 효과적으로 수업 시간을 활용할 줄 모르는 강사들이 범하는 실수입니다.
네 잘못 읽으신 것 아닙니다. 수업 시간엔 단 하나의 질문도 받지 말아야 합니다.
100명이 같이 듣는 수업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그에 응대하는 수업을 하는 강사가 과연 수업을 잘 운영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이 질문에 있어서는 당연히 "아니다"라고 대답을 하실 겁니다.
그럼 99명일 경우는 어떨까요? 98명? 97명? 96명? 95명? .... 몇 명일 때부터 질문을 받아도 괜찮을까요?
결론은 한 명입니다. 일대일 수업이 아닌 이상 질문을 받는 것은 강사의 능력과 재량 부족 때문입니다.(심지어 개인수업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개념과 내용전달에서는 질문이 발생하지 않아야 정상입니다. 마무리 단계의 학생들은 질문이 생길 수 있겠지요. 이 이야기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강생 수가 한 명에서 늘어나 두 명이 되는 순간부터 수업의 방향성은 변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짚어주는 내용으로 100%의 수업 시간을 활용해야 합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개인수업이 아닌 경우 한 학생의 페이스에 맞춰주다 보면 다른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뜨는 시간"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봐 먼저 원론적으로 수업에서 생기는 "질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합니다.일단 학생들이 질문이 생기는 이유는 딱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선생님의 설명에 학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논리적인 gap이 있거나 실수가 있는 경우
2. 학생 측에서 학습 목표와 무관한 (다른 말로 엉뚱한) 사유의 연속에서 발생한 경우
3. 학생이 수업을 100% 따라갈 단계까지 아직 성장하지 못한 상태인 경우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미적분을 무작정 배우기 시작하면 머릿속이 질문으로 가득한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아직 수업을 들을 단계에 이르지 못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학생들이 3번의 경우가 되겠죠. 이 경우에는 학생이 그 반에 있으면 안 됩니다. 물론 이런 유의 질문 중 자잘한 것들은 때때로 생길 수 있겠지만 그건 수업 시간 외에 선생님에게 물어본다든지 학생이 혼자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 부분들입니다. (혼자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면 애초에 선생님의 설명이 insufficient했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1번의 경우에는 순전히 선생님의 탓입니다.2번의 경우에도 학생의 태도가 수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학습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수업에서 면학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면 이런 질문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다른 말로 이 또한 선생님의 탓이 되겠지요.학생들은 guidance가 필요합니다.대부분의 학생들은 특히 SAT에 있어서 자신의 필요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합니다.이 부분은 선생님, 혹은 강사가 제시해줘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학생들의 질문에 응대하면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생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학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학습목표를 이루지 못합니다.예를 들어 초등학생들에게 곱셈을 가르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소수 정예반으로 반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 가며 곱셈을 가르쳐야 할까요?학생들은 일단은 일방적으로 곱셈이라는 개념 자체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하지만 곱셈은 덧셈/뺄셈만 하던 학생들에겐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들의 필요나 목표성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선생님이 알려줘야 합니다.선생님이 step-by-step으로 사유하는 과정 자체를 일단 설명해주고 확실하게 이해를 시켜줘야 학생들이 곱셈이라는 수학적인 규칙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SAT 리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과는 다르게, 글이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있어서 의견의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글들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학부모님들도 잘 아시겠지만 비문학 지문은 작가가 의도한 논지를 파악하는 것이 목표이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논지 파악은 어떻게 보면 수학적인 과정이고 해석의 여지가 여러 가지 있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심지어 문학 지문에서도 문학적인 해석을 하는 문제들을 내는 것이 아니라 fact나 purpose 기반의 문제들이기 때문에 창의력을 발휘하는 시험이 전혀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사유의 과정의 "정답"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보여주고 숙지시켜야 하는 게 SAT 강사가 할 일입니다.이게 되지 않아서 학생들 측에서 명쾌함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혼란이 일어났다면 질문이 발생할 것이고, 그게 강사의 탓이라는 이야기입니다."학생들의 질문에 응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따져보기 이전에애초에 질문이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라는 겁니다.
다시 학생 수 이야기로 돌아와서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모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명쾌하게 짚어내주면서 수업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않은 무능력한 강사라고 하면 소규모 수업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지도 있겠습니다.또한, 애초에 학원에 아이들이 모이지 않아서 "소수 정예반"의 타이틀을 피치 못하게 거는 학원들도 있겠습니다.마지막으로, "소규모 수업"이라는 타이틀의 마케팅적인 효과를 악용하여 "놀고 있는" 작은 강의실들을 활용하려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좋게 이야기해서 비즈니스적이라 하였습니다)를 가진 사람 또한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다시 한번 정리해드립니다.
1. "소규모 수업"이라는 사실 자체로 수업 퀄리티가 높아지지 않습니다. 학생 수는 수업 퀄리티에 있어 전혀 무관합니다. 오히려 어중간한 강사가 소규모만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경우 학생들에게 응대를 하느라 수업 퀄리티가 오히려 낮아집니다.
2. [글의 맥락과는 상대적으로 무관했던 포인트] 소규모 수업을 해서 학생의 학습 습관을 반강제적으로 교정시키려 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학생에게서 기회를 앗아가는 것입니다. 관련 내용은 학생들에게 적었던 글참고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3. (어느 과목이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명쾌하게 짚어주면서 수업 시간을 100% 활용할 수 있는 강사에게 수업을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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