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고 싶어.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학생이 달리기 연습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두말할 것 없이 잘못된 방향을 가지고 연습하고 있다는 걸 알겠지?
물론,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면 어느 정도 달리기 연습을 하는 것이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달리기 충분조건이 되진 못해.너희가 SAT 시험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하면서 하는 큰 실수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이게 흔히 말하는 "효율성의 늪"이야.
축구선수를 꿈꾸는 학생이 하루 종일 달리기 연습을 하면서도 뭔가를 이룩해내고 있다, 혹은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뿌듯함 때문에 정작 원하는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게 아니라 단지 막연한 효율성만 쫓는 것처럼, 너희 또한 SAT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서 정작 효과가 나오는 공부법을 따르지 않고 방향성 없이 여러 가지의 효율을 쫓는 게 아닌가 점검해 봤으면 좋겠어.
그 이야기는 뒤로 하고 SAT 공부를 하는 데에 아이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하는 결정적인 실수가 무엇인지 이번 글에서 이야기해보고 싶어.
1. 단어 외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단어 같은 경우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볼 텐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금 현재 New SAT 시험 자체는 단어를 많이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이득은 현저하게 적고, 글의 난이도 자체가 고등학교 교과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어 수준을 뛰어넘진 않기 때문에 따로 단어 공부를 하는 건 그렇게 효과적으로 시간을 쓰는 게 아니야.
하지만 SAT 학원들에서는 여전히 단어를 외우라고 시키고 있는데, 이는 사실 SAT 학원에서 예전 Old SAT 때부터 해오던 학습법을 고수하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학부모님들에게 보여주기식의 교육이야.집에 와서도 학생이 단어장을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다면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아 얘가 공부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거든.단어를 일차원적으로 많은 양을 외우는 건 단어의 단편적인 뜻이 아닌 단어의 쓰임새나 뉘앙스를 물어보는 최근 New SAT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시대착오적 발상일뿐더러 단순히 "우리 아이가 공부를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학부모님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tool 정도야.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상위권 미국 고등학생의 어휘력이 되지 않는다면 별도의 단어 공부가 필요하긴 해. 효과적인 단어 학습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할게.
2. 별다른 피드백 없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기출문제를 푼다.
지금의 New SAT 포맷으로 SAT 시험이 바뀐지는 별로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풀어볼 수 있는 기출문제의 양은 한계가 있어.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한 주에 3개 이상의 기출문제를 본다든지, 추석 기간을 이용해서 매일매일 기출문제를 풀어본다든지 하는 건 사실상 기출문제를 "교재," 곧 "도구"로 생각하는 잘못된 학습 방식이고 다른 의미에서는 정말 소중한 기출문제를 낭비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그 경과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쓰여야 하는 것이 기출문제이지, 기출문제를 공부하는 수단으로 쓰는 건 너무나 잘못된 방식이야.
3. 실제 시험장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모의고사를 본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막상 실제 시험장에 들어가서 모의고사 때 나오던 점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모의고사를 볼 때 너무 "편하게" 봤기 때문이야.기억해야 할 것은 실제 시험장은 그다지 편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딱딱한 의자에 앉아 물도 마시지 못하면서 몇십 명의 다른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다른 학생들의 연필소리나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개인 조명 없이 형광등 아래서 최소한의 쉬는 시간만 가지고 풀어야 하는 것이 실제 SAT 시험이야.
특히나 나는 아직도 첫 번째 지문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의 책장이 넘어갈 때 받을 수 있는 정신적 타격이나 부담감, 그리고 그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영향을 무시할 수 있을 것 같아? 전혀 아니야.섹션을 분할해서 많은 쉬는 시간을 가지고 푼다든지, 아주 조용한 독서실에서 네가 100% 준비됐다고 느꼈을 때 보는 시험과 실제 시험장에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그렇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볼 때는 최대한 실제 시험장과 비슷한 컨디션과 분위기에서 봐야 하는 게 맞아.
4. 제대로 된 수학 공부를 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정말로 화가 많이 나는 부분이기도 한데, 너희 부모님들도 이걸 아시나 모르겠어. SAT 수학 섹션은 한국교과정으로 쳤을 때 고등학교 1학년의 내용이 조금 포함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material은 중학교 3학년 수준, 게다가 아주 평이한 난이도의 시험이라고 보면 돼.거금을 들여서 해외 유학을 보내고 너희에게 투자를 하신 부모님 입장에서 고등학교 3학년인 내 아들/딸이 중3 수학도 만점을 못 받는다는 걸 아시면 기분이 어떠실까?
솔직히 너희도 수학 섹션 풀 때 "쉽다"라고 느끼잖아? 근데도 만점을 못 받는 이유는 단 한 가지야.공부를 "안"해서.수학에서 만점을 못 받는 너희는 수학 섹션 모의고사를 풀어보고 채점한 다음 틀린 문제 다시 풀어보는 걸 "공부"라고 생각하는 아주 이상한 경향이 있어.그리고선 "실수"를 했다고 말하겠지? 그게 정말 "실수"일 것 같아?문제는 너희가 한 그 "실수"들을 채점하기 전까지 찾지 못한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고,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너희들이 하는 "실수"는 실제 실수라고 볼 수 없어.
5. 학원 수업을 들어보지도 않고 SAT 학원을 결정한다.
차를 살 때는 시운전을 해보고 차를 사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데, 너희가 18년 정도의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관문일 수도 있는 대입에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미치는 시험을 대비할 수업을 고르는 상황에서는 왜 수업을 들어보지도 않고 결정해?
그게 한두 푼의 수업료도 아니고 너희 부모님이 웬만큼 여유가 있으시지 않은 이상 가계부에 타격이 있을 정도의 수업인데도?
심지어
왜 너희 어머님들께서 수업을 고르시는 건지 나는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어. 너희가 공부하는 거 아니야?
너희 어머님들께서는 미국 입시를 겪어보신 적도, 심지어 영어도 제대로 못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 분들이 커미션을 받는 "상담 실장"이라는 사람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수업을 들어보지도 않고 결정하는 게 나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보거든?
너희 어머님도 수업을 받으시는 것도 아니고, 상담을 해주는 상담실장이라는 사람도 수업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야. 수업과 생판 관련 없는 제3자들이 만나서 너희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시험 준비를 해줄 학원을 골라준다는 게 난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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